새싹의 노래 아가는 코끝이 빨갛구나. 겨울이 지나가도 방은 추운데 ＜아빠 맞을래＞ 가난한 아빠의 목에 매달려 ＜손뼉을 손뼉을 칩시다. 피아노 소리에 맞춰서…….＞ 이제 세살짜리는 마이...

부모님께 드리는 글 완두콩꽃이 꿀을 빠는 벌의 등을 어루만져 주며, 그 곳에 자신의 꽃가루를 묻혀 멀리 날려 보내 번식을 하는 모습을 생각해 보십시오. 밤에만 피어나 경쟁자 없이 나방을 ...

蘭草 따위의 고루한 취미나 자연을 의식적으로 회피하며 보다 예리한 현대적인 의식으로써 생활에 밀착된 면에서 시조의 새로운 영역의 개척에 노력하였으며 또한 그는 거의 현대시인들과 버굴만큼 대담하고도 자유스럽게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초겨울 어린 바람이 밤새도록 칭얼대며 문을 흔들면 잠자리가 불안하다. 저렇게 설리 울며 아빠를 부르는 아픈 소리. -바람 변주곡 중에서-

관계의 늪에서 유목민적 주체의 세계로 저물어 가는 20세기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세기말적인 증후군 속에서도 희망은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만난 <바다를 노래하고 싶을 때>에서 ...

여기 지금 殺戮을 본다. 地球도 하늘도 까무러칠듯 砲는 우는데 지긋이 떠 오르는 아침 햇빛이 비들기色 一二一一高地를 恍惚이 빛어낸다. 악착스러운 人間의 生과 死의 刹那에, 肉과 肉, 피와...

나는 어릴 때 생각한 적이 있다. 내 손가락 속, 핏속, 뼛속의 작은 세포들처럼 나도 어떤 내 의식 저편의 物體를 위한 한 개의 세포가 아닌가. 그렇게 자꾸 물질의 단위가 커가는 것이 아닌가. ...

꽃과 잃어버린 神 아름다움은 버얼써 우리의 것이 아니다. 착한 것과 ―그 앞에 굴복을 모르는 살람들은 오늘……. 희망과 절망에 얽히며 피어 나는 것이다. 그것은 진작 아름다워야 하는 내일과 또 없는 내일에 꽃을 가꾸는 사실 앞에서 눈이 먼 인간들에의하여 꽃과 잃어버린 神과 꽃이 팔리는 경우랄까.

내젊음 휩싸서 사루던 여름, 그대 떠나간 이후 밤마다 창 밖에서 손뼉치는 오동나무 훨훨 자리 털고 키 큰 남자로 일어나서 달빛 넘치는 강물을 굽어보고 있다, 남기고 간 마음이 돌이 되도록.

雨中에 온 친구의 머리 끝에 맺혀있는 빗방울. 「오늘 자넨 머리로 우는군.」 친구는 작은 빗방울 안으로 잠겨버린다. 사람은 누구나 秘密을 갖고 산다는데 자넨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나? 「...

술을 마시고 바위를 보면 바위는 彩色처럼 붉어 보인다. ―무얼 먹었노? 하고 疑心을 하면 내 외로운 純粹를 본 바위는 다만 피를 흘릴 뿐. 제 바위벼랑에 매달린 제 붉은 魂靈의 무리진 철쭉 ...

독립만세! 독립만세! 천둥인듯 산쳔이 다 울린다 지동인듯 땅덩이가 흔들린다 이것이 꿈인가? 생시라도 꿈만 같다 아이도 뛰며 만세 어른도 뛰며 만세 개 짖는소리 닭 우는소리까지 만세 만세 산쳔도 빛이 나고 초목도 빛이 나고 해까지도 새빛이 난듯 유난히 명랑하다 -눈물섞인 노래 중에서-

극히 엄밀한 행복의 의미를 시인은 부드러운 필체로 그렸다. 시인의 시세계를 일관하여 흐르고 있는 변함없는 시적 주제는 그 튼튼한 줄기만을 택하여 말할 때 〈지상적 삶의 어둠〉이라고 표...

뜰이 일어나앉는다 바람이 눈 뜨는 탱자나무 가지가 가볍게 홰를 친다 어제 가을이 退院한 아침 뜰에는 다시 먼지들이 부시시 걸어 나오고 떨어져 누운 마지막 나뭇잎이 서리를 털고 있다 바람...

겨울비가 내린다. 獨房에서 홀로 듣는 빗소리 물이 물그릇에 담겨 비로소 물의 힘을 가지듯 비는 세상의 빈 터마다 비의 뿌리를 내린다. 오오랜 침묵의 나뭇단을 적시며 일어서는 비의 나무들 ...

그러나 그러한 어두운 현실의 무거움은 고 자신이 마음 속에서 잘라버린 남자에 대한 묘한 향수로 가 닿으면서 오히려 버림받은 자신이 나중에 그 남자,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 뛰는 아이러...

부끄러운 생각에 뺨을 물들이는 少女의 座像… 가쁜 숨결과 푸른 용궁의 꿈이 밀려 와 병은 작은 세계를 잉태한다. 기다림으로 이루인 허리의 선이며 알알이 어른거리는 꽃무늬들 해사한 웃음을 담고 쳐다 보는 밤과 같은 것. -꽃 중에서-

그냥 이쯤 서 있기로 했다 바람은 조금씩 우리의 옷자락을 흔들며, 나부끼고 있지만 잎 떨린 가로수의 그 사이사이 바람이 지나는 길목 이쯤 서 있기로 했다 차갑고 어두운 회한이 우리의 전신...

사실 그의 소설은 보통 사람들이 겪기 힘든 어떤 경험을 밑재료로 하여, 말하자면 색다른 재료로 만든 음식이 아니다. 이미 대개 알고 있을 법한 평범한 재료를 그만의 독특한 양념으로 버무리...

아까운 女人의 감은 눈매 그늘 푸르덩덩 깊은 골짝 샘이 고인다 미끄러운 허벅지 흐느끼는 하이얀 피 도는 숨결 번지는 피다가 石質된 입술 웃음 묻어나 江물로 구비치는 물결 소리 싸늘한 동짓달 멍든 무늬 쓰담다 다리 밑에 바람 불면 벌판이 온다 천사 중에서